계란 한알 1000원~2000원, 2000가구서 구독

입력 2022-07-06 15:31   수정 2022-07-06 15:32


성악을 전공하고 경남 창원에서 음악 교사를 하던 여기혁 킹스파머스 대표는 2015년 교편생활을 접었다. 양계업을 하던 부친의 사업을 20년간 돕다 완전히 새로운 동물복지 방식으로 닭을 키우기 위해서였다. 여 대표는 전 재산을 투자해 친환경 자연 방사 유정란 방식의 양계시스템을 완공했다.

킹스파머스의 본사가 있는 경주의 양계장은 일반적인 계사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. 1만3000㎡의 농장에는 여 대표가 새로 만든 7.5m 높이의 계사가 네 동이 있다. 660㎡의 계사 한 동에 든 건축비만 7억원이다.

계사 지붕은 어긋나게 설계해 더운 공기는 빠져나가고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도록 했다. 일반 계사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계사 한 동에 키우는 닭의 숫자다. 여 대표는 “공장형 창이 없는 계사에는 660㎡에 최고 2~3만 마리의 닭을 키우지만, 이곳은 1000마리만 키운다”고 말했다.

여 대표는 “공장과 같은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나는 계란을 내 아이에게 먹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”며 “아직도 동물복지로 생산하는 농가는 전체 농가의 3%도 안 되지만 변화는 생산자보다도 윤리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”고 말했다. 가격이 높더라도 건강하고 윤리적인 환경에서 나온 계란을 먹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.

계란 한 알에 1000원(약초란) ~2000원(청란)이지만 킹스파머스의 계란을 정기구독하는 가구가 2015년 300가구에서 최근에는 2000가구까지 늘었다.

동물복지를 위해 넓은 환경에서 키우다 보니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수 없어 수요를 다 맞추지 못하고 있다. 여 대표는 “현재 6000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올해 경주와 포항의 농장을 통해 사육 규모를 1만 마리까지 확대할 계획”이라고 말했다. 평균 8억원대 매출을 올렸지만, 올해는 10억원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. 여 대표는 “플랫폼 기업과 대기업 등에서 대규모 납품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”고 밝혔다.

킹스파머스의 스마트팜 첨단 계사 한동에는 수탉 한 마리에 암탉 15~20마리 등 한 가족만 사는 방이 58칸 있다. 여 대표는 “국내 유일의 한 가정 사육시스템”이라고 밝혔다. 킹스파머스의 닭들은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그야말로 호텔식 생활을 하고 있다. 닭이 사는 공간도 1개 층 뿐이다. 닭장 위로는 안개분무기가 설치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먼지도 제거한다. 여 대표는 계사 안의 온도 습도 가스를 자동으로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관리한다.

계사 밑 땅에는 사람 키 높이 만한 되는 곳에 500mm 관을 묻어 지열 냉난방이 되도록 했다. 바닥에 미생물이 많은 부엽토를 30㎝ 깔고 그 위에 볏짚 그리고 고초균, 유산균, 방선균, 효모균 등 토착미생물을 배양해서 뿌렸다. 닭들이 흙 목욕을 할 수 있어 진드기로부터도 안전하다. 살충제를 줄 필요가 없다. 사료도 18가지 친환경 곡물과 산야초를 미생물로 발효시켜 공급해 고품질 유정란을 생산한다.

여 대표의 계사에는 일반 농장과 달리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. 닭똥도 부엽토 미생물 볏짚 효소와 함께 자연 발효되기 때문이다. 닭들이 사는 계사는 문을 통해 바깥의 개별 방사장과 연결돼있다.

여 대표는 “이런 방식으로 수익이 나겠냐고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지만,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다”고 강조했다. 여 대표는 “스마트팜인 친환경 양계장을 모듈식으로 공급해 청년 축산인들도 동물복지 축산에 참여하게 하고 싶다”고 강조했다.

경주=오경묵 기자 okmook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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